요즘 게시판을 보면 'UAE 진출 = 중동 수주 확대'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더군요. 그 낙관론의 핵심은, UAE에서 농장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곧 해외 매출의 시작이고, 이게 본격적인 성장 동력이 될 거라는 기대입니다. 저도 몇 년 전엔 그렇게 믿었습니다.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, 그 기대는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에 가깝습니다. 엔씽의 현실을 보면, 핵심 제품은 모듈형 스마트팜 '큐브'입니다. 누적 투자 320억원을 받았고 최근 밸류가 500억원이라는 건, 이미 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꽤 높게 쳐줬다는 뜻입니다. 그런데 그 성장의 증거로 내세울 만한 건 한국과 UAE에서의 농장 운영, 그리고 큐브라는 제품 하나뿐입니다. UAE 진출이 실제로 얼마나 매출로 이어졌는지, 구체적인 수주 규모나 반복 주문이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. 단순히 현지에서 파일럿을 돌리고 있다는 것과, 그게 중동 전체로 확산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. 스마트팜 시장은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솔루션 비즈니스입니다. 그런데 모듈형이라는 점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. 모듈 하나의 효율성만으로는 대규모 식물공장, 그러니까 실제로 식량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단계까지 가기엔 에너지 비용과 운영 난이도가 높습니다. 큐브 한 대는 데모용으로 좋을지 몰라도, 이를 수백 대, 수천 대로 늘렸을 때 과연 수익이 나는 구조인지는 아무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. 투자 유치액 대비 밸류가 500억원이라는 건, 결국 아직 수익 모델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. 물론 제가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닙니다. 어쩌면 UAE 정부의 지원이나 현지 파트너십이 갑자기 가시화될 수도 있겠죠. 다만 저는 그런 낙관론을 믿었다가 이미 여러 번 발등을 찍혀서, 이제는 눈으로 확인되는 수주 실적이 나오기 전까진 조용히 지켜보려고 합니다. 기대를 접은 건 아니지만, 설레발을 치기엔 이제 너무 지쳤습니다.